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1/06/09/0901000000AKR20110609194300005.HTML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관공서나 대기업 앞에 홀로 피켓을 들고 묵묵히 서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생업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와야 했던 그들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길을 가다 멈춰 서서 그들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을 향한 알싸한 프러포즈 일인시위'(헤르츠나인 펴냄)는 20-30대 7명으로 구성된 집필집단 ‘사이시옷’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일인시위자 여덟 명을 인터뷰해 쓴 책이다.

2000년 12월 재벌의 불법증여에 대해 정당하게 과세하라며 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회계사 윤종훈 씨는 일인시위를 시위의 한 방법으로 뿌리내리게 한 인물이다.

기업의 암묵적인 분식회계 관행에 회의를 느껴 회계사 일을 그만둔 윤씨는 시위는 2인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틈새를 이용해 나홀로 시위를 시작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현재 신촌에서 짬뽕집을 운영 중인 그는 “일인시위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서민들이 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한다.

“원래 일인시위는 큰 외침보다는 오히려 고요한 침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백 명보다 천 명의 목소리가 더 크겠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거든요.”(41쪽)
두발 자유를 주장하며 학내 일인시위를 벌인 중학생 클린앤은 학교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사실 몰랐으면 괜찮았을 텐데.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한 일이 너무 많아 보이는 거예요. 학교만 봐도 그렇고. 제가 생각했던 세상과 현실이 너무 다르니까 괴리감을 느껴요.”(114쪽)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은 “정의와 민주주의에는 힘도 없지만 그 자체에는 적극성도 담겨 있지 않다”며 “굳은 의지로 자신의 뜻에 적극성을 결합해 낸 사람만이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주체로서 정의의 수호자가 될 수 있는 까닭이며 일인시위가 아름다운 아우성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292쪽.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