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흩어지는 전술은 하나의 흐름이다. 마침 이 프로젝트의 제목도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이지만, 흩어지는 전술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흩어지는 전술은 무엇인가? 많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예술적) 문제들이 매일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막상 의견을 표출하거나 저항을 시도하려고 할 때가 되면 대체 싸워야 될 대상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투쟁의 대상과 영역은 명확해보이지 않으며, 때로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투쟁 대상일 경우도 있다. 흩어지는 전술은 이런 상황에 대한 모종의 반응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체가 없는 적과 마주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도 변해야 하는 법. 점차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트위터나 위키백과, 위키리크스 등을 흩어지는 전술의 예로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은 어디론가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였다. 우리는 들고 다니며 전시를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금새 접어서 도망을 갈 수도 있는 형태의 어떤 ‘키트’를 상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 신청 기간이 끝날 즈음, 아마도 가방의 형태를 띈 이 ‘키트’는 ‘공공미술/예술’과 ‘이동성’이라는 단어들과 연결이 되었고, 우리는 “형태학적인 걷기의 한 연구”라는 지극히 현학적인 제목으로 다원예술 분야의 지원금을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의 제목은 마치 레베카 우칠의 “무작위 전시 제목 생성기”[1]를 통해서 만든 것 처럼 보였는데, 이런 제목이 되려 무난하고 따라서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당시에는 생각이 많이 발전되지 않아 현학적인 제목으로 부실한 생각을 감추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이라는 제목은 소격동 초입의 어느 찻집에서 친구 여럿이서 차를 마시던 중 정해졌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예술가들의 스펙쌓기 등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취하고자 하는 어떤 태도와 위치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함께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임원과 이사가 있는 단체 설립이 과연 정답인가?), 다들 작업비를 위한 목돈이 부족하니 계를 만들어 곗돈으로 작업이나 전시 기획을 하는 조건으로 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보다 한 달에 얼마씩 적금을 부어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볼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참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전략과 전술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우리는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이라는 제목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과 함께하는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다. 가나다 순으로,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영글, 박길종, 박다함, 박보나, 박재용, 신동혁, 아담 톰슨, 임민욱, 장혜진, 정윤석, 플라잉 프린트. 이 중 박재용과 장혜진은 함께 기획을, 신동혁은 디자인을 맡고있다. 아담 톰슨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스튜디오에 방문작가로 방문 중 우연히 이 프로젝트를 알게되어 함께하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개별적으로 혹은 팀을 이루어 작업을 진행하며, 작업은 기존의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서울 시내의 공공 공간에서 보여진다. 김영글, 박보나, 플라잉 프린트는 물리적인 공공 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도 작업을 진행한다. 예술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닌 ‘바깥’에서 작업을 진행함으로서,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딱뜨리고, 우연히 작업을 마주하게되는 사람들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마련된 임시 사무실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일종의 자료실이자 전시장으로 이용된다. 물론 이곳은 작가의 작업보다는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예술을 ‘바깥’으로 끌어내려는 시도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에는 변함이없다: ‘바깥’으로 나온 예술은 현실을 마주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현실과 마주한 예술은 어떤 식으로든 그 현실에 반응하고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 이것은 지향점이 극명하게 달라보이기도 하는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의 참가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지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밤을 새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글을 쓰고, 극단적인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조형물을 들고 공공 공간을 배회하고, 일인 시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제보받아 재현하고, 커버가 씌워진 자동차에서 구슬픈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고, 집회에 참여하거나 비어있는 공간에 소리를 내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우리는 모른다. 이 프로젝트는 미리 정해놓은 결과나 해석을 바라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1년 6월 16일
장혜진/박재용


[1] http://www.mit.edu/~ruchill/lazycurator.html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The tactics of disperse is a trend. Regardless of the fact that this project takes the title of “흩어지는 전술(The Tactics of Disperse) HIT and RUN,” it is an obvious fact that the tactics of disperse is an irreversible trend. What, then, is the tactics of disperse? We face with many political, economic, social (and artistic) problems every day. But when we try to express our opinions or to resist against the problem, we don’t even know whom to fight against or where they are from the first place. The object and area which we fight against are so unclear, and it is we ourselves that are sometimes the very object we have to attack. We consider the tactics of disperse as a certain response to this situation. One has to change himself to face the enemy without shape. Media such as Twitter, Wikipedia, or Wikileaks can be presented as examples of the tactics of disperse.

It was on a train heading to some place that the idea of this project took shape. We first imagined a kind of ‘kit’ in a form that enables us to carry exhibitions around and quickly fold the kit to run away, when things gone wrong. Later, around the time when the funding application period for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was about to end, the idea of ‘kit’ in a form of suitcase was connected to the ideas of ‘public art’ and ‘mobility.’ We applied for the funding with a very pedantic title of “Morphological Study of Walking” under the category of interdisciplinary art. The title seemed like the one created by Rebecca Uchill’s Random Exhibition Title Generator;[1] we thought it rather plain, and expected it to be a ‘safe’ title for the funding application. Maybe we wanted to hide our not-so-concrete ideas for the project through the very pedantic title.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became the title of this project while drinking tea with friends near Sokyeok-dong in Seoul. We were talking about issues such as neoliberalism and young artists’ desperate trial of getting fashionable credentials, telling each other our worries and thoughts on our attitude and position in a circumstance where there seems to be no answer. It may sound very much grand, but in detail we were indeed talking about: What should we do when there is a need for us to stand together (Is establishing an organization with committees and staff members the answer for that?); What about making a gye for making works since we are always lacking a sizeable money for our works or exhibitions?[2], or, what about regularly putting some money into our savings for a trip to Vietnam? Then the issues continued to the one about strategy and tactics, and we decided to have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as the title for this project.

The participants of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are as following. In an alphabetical order, they are Adam Thompson, Bona Park, Daham Park, Donghyeok Shin, Flying Frint, Hyejin Jang, Jaeyong Park, Kiljong Park, Minouk Lim, Nayoungim & Gregory Maass, Yoon-suk Jung, and Young-gle Kim. Among them, Jaeyong Park and Hyejin Jang are the curators for this project, and Donghyeok Shin is the designer. Adam Thompson decided to participate in this project after he accidentally came to know about this project while he was staying in the Nation Art Studio in Changdong as a visiting artist. The participants create their works either individually or in a group, and their works are presented not in the traditional gallery or museum, but in public spaces in the city of Seoul. While presenting their works in a material world, Bona Park, Flying Frint, and Young-gle Kim present their works also on the internet space.

By leaving the established space for art audience and doing their work in the ‘outside,’ the participants become to face unexpected situations. People who accidentally see the works also become to face the same situation. Meanwhile, the temporary office for this project works as a kind of archive room and exhibition space. Rather than presenting the works happening outside, the temporary office gives a series of clues for understanding the works of each participant.

In fact, it is not new at all to put art to the ‘outside.’ But one fact remains unchanged: That art which came ‘outside’ cannot help facing the reality; that it cannot help but respond to and make relationship with the reality. This applies to the participants of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who are seemingly present a wide spectrum of artistic directions in their works and careers. And this is the reason why we do this project, particularly now. We are not sure about the result will be brought from writing stories after interviewing people work at night, wandering around public spaces carrying a huge sculpture with a statement emphasizing an extremely neutral political position, reenacting photos of one man protest submitted by people, letting a sad song heard from inside a car covered with a car cover, participating in demonstrations, or putting a sound installation in empty public spaces. There are no prefixed results or readings for this project. But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 has already been started.

16 June 2011
Hyejing Jang / Jaeyong Park


[2] Gye is a traditional type of private fund in which members regularly put modest amount of their money to receive a large share, in good order. The members should trust each other, for there is officially no regulating body for Gye, and it is built upon completely private relationships of trust.